<문자의 바깥에서> 맹성규 개인전

요즘미술 기획전

전시명: <문자의 바깥에서> 맹성규 개인전
전시기간: 2024년 11월 4일-24일(오후 1시-7시)

오프닝: 11월 4일(월) 오후 4시
아티스트 토크: 11월 16일(토) 오후 2시
아티스트 토크 모더레이터: 황귀영(작가, 요즘미술연구소 소장)

기획: 요즘미술 @art_thesedays 
설치: 미공개건축사사무소 김순모 @soondegook
제작지원: 레이저그라피
도움: 윤소린 @solin.yoon

<문자의 바깥에서>

잘 읽을 수 있는 문자가 기능과 효율성을 담당한다면, 잘 읽을 수 없는 문자는 쪼개지고 변형되고 파편화됨으로 인하여 오히려 ‘효율적이거나 기능적이지 못함’을 지시하는 기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육아를 시작하게 된 작가가 처하게 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작가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을 “문자의 바깥”으로 비유하며, 이를 미술언어를 통한 대안적 공간으로 제시한다. 누르는 버튼, 밟는 매트, 옮기는 모형, 접는 종이 등 육아 경험과 연관되는 촉각적 요소들은 문자와 언어, 즉 효율적 정보전달 체계와 동시대 담론 속에서 놓치기 쉬운 일상적 감각들을 환기한다. 작가는 탈-기능화된 문자들의 조형언어를 통해 기능성과 효율성으로 대변되는 지배적 가치체계에 질문을 던지고, 체계 바깥의 주체들과 문자화되지 않은 존재방식들로 사유를 확장하고자 한다. 

자기묘사장치 (LED, PETG, 사진, 영상, 혼합매체, 가변설치, 2024)

나는 육아와 일과 작업을 병행하기 버거운 현재 나의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명료한 단어나 개념을 발굴하는 대신, 이를 묘사하기 용이한 하나의 장치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디지털 시계와 같이 생긴 본 장치에는 본인의 역할을 지시하는 세 개의 단어(작가, 남편, 아빠)가 중첩되어 있으나, 각각의 LED 유닛이 무작위적으로 켜지는 작동방식으로 인해 하나의 단어가 온전히 구현되기는 매우 어렵다. 장치를 통해 생산되는 읽을 수 없는 이미지들은 다수의 역할 속에서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개인을 암시한다. 

문자의 바깥에서 (커팅된 퍼즐매트, 가변설치, 2024)

작업에서 나는 실존하지 않는 문자들, 즉 기존 체계의 문자와 문자 사이 어딘가에 끼어있을 것처럼 상상되는 형태들을 디자인하였다. 이것은 어딘가에 명확하게 소속되어있지 못한 내가 처해있는 상황과, 문자화-담론화되지 못하는 개인의 존재방식에 대한 기념비이다. 본 작업에서 어린이들에게 문자 체계를 교육하는 수단으로 자주 쓰이는 놀이매트는 체계 바깥을 상상하기 위한 유쾌하고 촉각적인 설치형식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것은 본인이 미술가로 살아가면서 자녀들에게 교육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문자게임 (PLA, 혼합매체, 영상, 가변설치, 2024)

영상 속에서 나와 아내는 각자의 직업을 지시하는 두 단어(현대미술가/정규직노동자)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삶에 바라는 것을 번갈아 말하면서 그 바람에 어울리는 직업 쪽으로 자모음을 옮긴다. 게임판 위 부족한 자모음의 개수는 가족 내의 한정된 자원을 암시하며 어느 한쪽의 직업이 단어로써 완성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본 작업에서 직업은 개인이 일생동안 성취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관계와 조건, 사적 바람들에 의해 변해가는 삶의 한 방식으로 비쳐진다.

3인 가족을 위한 종이비행기 (종이에 프린트, 사진, 가변설치, 2023)

나는 결국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날리는 종이비행기 놀이가 예술행위와 닮았다고 생각하고 세 사람(작품구상 당시 본인의 가족구성원 수)이 함께 날리는 형태의 종이비행기를 고안하였다. (하지만 나의 아들은 아직 너무 어렸고 작품 촬영에 협조해주지 않았다.)

* 설치된 종이를 하나씩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