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적이며 덜컹대는> 박지인 개인전

요즘미술 기획전

전시명 : <임시적이며 덜컹대는> 박지인 개인전

전시기간: 2024. 07. 07 – 27 (월요일 휴관)

전시시간: 13:00-19:00

오프닝: 07. 07 14:00

아티스트 토크: 07. 20 14:00 모더레이터: 박혜진(독립 큐레이터)

기획: 요즘미술

후원: 신종미술

설치: 미공개건축사사무소 김순모

도움: 윤소린, 이윤수, 신예지

전시는 결혼과 동거 사이의 생활 속에서 형태의 불확실성을 느끼고 거슬리는 일상의 순간들을 마주한 과정을 담는다. 부유하기 상태에서 한 쪽을 선택하기보다 그 사이를 헤엄쳐 보기로 하면서 결혼하거나 동거의 상태에 있는 여성들에게서 소음, 타협, 불협화음, 조율을 전해 듣는다. 모호하게 경계 위에 놓인 것이 살아감을 더디게 하고 작가로서의 자신을 삐걱거리게 하는 상태가 아니라 같음을 통해 다름을 찾고, 다름을 통해 비슷함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상태임을 말한다. 전시를 통해 동거는 소음, 타협, 불협화음, 조율과 기꺼이 살아간다는 의미로 다름의 고유한 시간을 함부로 경계 짓지 않는, 어떤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의 마음이자 모두가 다른 모양의 집을 구축할 수 있는 삶의 태도로 현시된다.


<사랑하는 우리의 머리카락> 2022, 머리카락 설치 후 사진기록, 타일에 인쇄

나와 파트너는 같이 살고 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과 동거의 중간 즈음에 속하는 사이에서 ‘우리’가 되고 싶기도, ‘너와 나’로 남고 싶기도 했다. 이러한 모순된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며 화장실에서 머리카락으로 서로에게 4달간 메시지를 남겼다. 머리카락은 사랑의 언어에서 불편감의 언어로 그리고 다시 사랑의 언어로 반복해서 사라지고 나타난다.

<커튼> 2021, 페브릭에 인쇄, 5장의 사진기록, 영상, 1분 51초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여성들과 그들의 동거 경험을 대화했다. 대화의 내용 은 커튼으로 제작되었으며 그 중 하나는 작가의 것으로, 각각의 여성 집의 거실에 설치 후 촬영되었다. 외부를 가리는 용도인 커튼은 동거하는 여성들의 개인의 상황이 사회적으로 노출될 때 그들이 느끼는 지점들을 반영한다.

*커튼 중 한 여성은 자신의 커튼이 전시장에 걸리기를 원하지 않았고, 여닫는 영상 이미지 에 동의했다.

<결혼 생활> 2022, 5개의 식탁보 위에 글씨

혼인신고 통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 지인들을 만나 그들의 집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 시간 동안 고민과 공감 그리고 차이점에 대해 대화하며 함께 식탁보에 흔적을 남겼다.

<둘> 2024, 사진, 10.2 x 15.2 cm 6개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모습들에 대한 기록이다.

<친밀한 탱고> 2022, 투채널 영상, 3분 33초

나와 파트너는 서로에게 한 번도 요구한 적 없는,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사회 가 정한 의무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개인의 몫을 해내고 있음에도 기생 하고 있는 것만 같은 상황과, 책임져 달라고 말한 적 없는 상대방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시작했다. 탱고는 팀워크가 필요한 춤이지만 주로 남성에 의해 리드되고 여성은 이를 따르는 팔로워의 역할을 맡는다.

<나의 집들> 2024, 타프 설치, 3개의 오브제, 영상, 6분 45초

내가 선택한 세 가족은 모두가 함께 살지 않는다.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집단 의 형태보다 관계로서의 의미에 무게를 두고 애정과 불편감을 동반한 나의 집들을 기록했 다. 상황에 맞게 가변될 수 있는 타프는 나를 중심으로 맺는 관계에 따라 구성되는 방식과 형태가 달라짐을 보여주는 임시적 장소로 기능한다. 영상 속 배경은 내가 거주 또는 일하는 곳으로 각 대상들과 가깝게 느끼는 장소이며, 세가지 오브제들은 각각, 진수와 내가 서로가 싫어하는 것, 영식의 장난감인 나의 양말과 그의 털에 관한 것, 유나와 내가 주고 받았던 책 과 꽃의 기록 그리고 개인전 축하를 위해 유나가 보내준 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쪽 또는 저쪽에 정확히 속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또렷하 다. 그 틈에서 어떤 것도 택하지 못했던 나의 일상은, 바깥 에서 내 방 유리창을 불규칙하게 두들기는 소리를 내며 거 슬리게 했던 알 수 없는 물체를 바라보던 일과 닮았다. 무 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찾아서 떼어내 버릴 수 도 내 방을 떠날 수도 없던 나의 태도로 인해 나는 또렷하 게 말할 수 없었고 지금을 살아가는 나, 작가로서의 나 모 두를 미심쩍어하며 부유했다.

의심하기를 멈추고, 사이를 부유하는 상태를 나의 의지적 인 움직임으로 만들기로 하면서 나는 발언을 하기 위한 나 의 분명한 목소리를 찾기보다는 이쪽 저쪽 헤엄쳐 떠다니 며 일상에서 거슬리게 덜컹거리는 소리들을 들었다. 다르 다고 분리했던 곳에서 비슷한 소리를, 비슷하다고 여겼던 곳에서 어긋나는 소리를 들으며 많은 것이 사실은 경계 위 에서 모호하게 부유하고 있음을 느꼈다. 둘로 나뉘는 경계 가 무의미해지고 분명한 선택은 불필요했다. 나는 한쪽에 만 있었다면 들을 수 없던 불분명한 것들을 모아 내 방 유 리창을 불규칙하게 두들겼던 그 물체들을 눈앞에 가져오 려고 했다. 그 물체들의 구현은 내가 경험한, 그리고 이쪽 과 저쪽에서 만난 이들에게 전해 들었던 소음, 타협, 불협 화음, 조율이 가지는 의미와 가능성에 의지한다. 소음, 타 협, 불협화음, 조율 – 자의로 기꺼이 이것들과 동거하며 살 아간다는 것은 다른 삶의 방식들을 내 옆에 두며 내가 알지 못하는 고유한 시간들을 함부로 경계 긋지 않는, 어떤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의 마음이라고 여긴다.

작가 스테이트먼트